[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중국이 통일왕조로 가기 전 조(趙)나라의 재상 인상여(藺相如)가 정치적인 공을 세우자 당시 조나라의 왕인 혜문왕(惠文王)이 그의 공적을 크게 치하하며 높은 관직을 내렸다. 조나라엔 노장으로 유명한 염파(廉頗)란 장군이 있었는데 인상여의 출세를 시기하고 결국 둘 사이 불화가 생겼다. 문관인 인상여는 무관인 염파와 굳이 대면하지 않았다. 이를 궁금해 한 인상여의 제자들이 염파와 대면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고 그는 “나는 조나라 최고의 문인이고, 염파는 조나라 최고의 무인이다. 우리가 반목하면 내분이 일어나고 결국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염파는 조국을 위한 인상여의 도량에 감복하고 인상여를 찾아가 깨끗이 사과했다. 그리고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상여와 죽음도 함께 할 수 있는 우정을 맺었다. 문경지교(刎頸之交)의 유래다. 스마트코리아의 장채원(41) 대표와 이희성(48) 전무이사는 문경지교의 표본이다. 장 대표와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이 이사는 한 회사의 식구인 동시에 서로를 제일 잘 아는 형·동생이다. 이들의 우정은 스마트코리아 발전의 동력이 됐다.
#. 평범했던 사회생활에서 만난 친구
대전 토박이인 이 이사는 굉장히 평범했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평범하게 친구를 따라 이과에 들어가 남들과 같이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남들 갈 때 입대하고 졸업도 비슷하게 했다. 남들이 취업하니 이 이사 역시 한 회사에 취업했단다. 처음 들어간 회사는 현재 스마트코리아와 비슷한 업종, 그러니까 연구의 가장 기본인 실험 소모품부터 실험장비를 다루는 회사였다. 그곳에서 그는 영업을 맡았다. 회사가 만든 제품을 알리고 홍보·판매하는 일 말이다. 이제까진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으나 그가 마주한 첫 사회생활에서 온몸을 불사르며 영업에 뛰어들어 썩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 그의 뛰어난 영업실력과 인맥관리에 덕분에 취업한지 약 5년이 지나자 단골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이 이사가 권장하는 제품은 보지도 않고 구매할 정도였다고. 그리고 단골은 이 이사에게 창업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자신들이 확실히 도움을 주겠다는 격려와 함께 말이다. 약간의 고민은 있었으나 이 이사는 곧바로 창업에 뛰어 들었다. 2006년경이었다.
“사실 창업을 하면 다들 힘들다곤 하는데 전 어려움이 많진 않았어요.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저를 예쁘게 봐주시던 단골들이 많아서였죠. 나름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던 만큼 영업은 어렵지 않았고 창업했던 회사의 기술력 역시 상당히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그의 회사는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나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고 그를 찾는 단골은 더욱 늘었다. 그렇게 발을 넓혀가던 중 거래처에서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장 대표였다. 둘은 같은 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점점 부딪히는 날이 많았다. 취급하는 제품이 달라 라이벌의식도 없었다. 이후 점차 안면을 익힌 둘은 업계에서 만나면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업계 동향부터 자사의 고충 등 끝이 없었다. 그리고 둘은 종종 술을 한잔 기울이면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둘의 인연은 그렇게 서로의 삶속에 스며들었다.
#. 장 대표와 이 이사의 시너지
장 대표는 이 이사에게 제법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나보다. 이 이사에게 같이 일을 하자고 제의를 했다는 건 그를 굉장히 좋게 봤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이심전심일까. 이 이사 역시 장 대표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고. 이 이사는 장고없이 장 대표의 제안에 곧바로 OK했다. 누가 보면 이 이사가 가진 인맥 등 네트워크가 아쉽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만큼 이 이사에게 있어 장 대표는 의기투합할 파트너였다.
“장 대표의 제안을 받고 일말의 고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생각지 않고 스카우트 제안을 승낙했으니까요. 좋은 사람과 일하는 건 어떻게 보면 행운이지 않겠어요.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도 할 수 있겠죠. 나름 꾸준히 성장하던 사업을 바로 접는다는 게 쉬워보이진 않잖아요. 하지만 한 번도 이 결정을 후회해본 적 없습니다.”
그렇게 그는 2017년 스마트코리아 이사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입사하고 그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스마트코리아가 자체 개발한 유해가스정화장치 판로 발굴이었다. 유해가스정화장치는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과정 상 발생하는 다양한 유해가스를 정화해주는 기계다. 기존 제품은 에어컨 규모의 상당한 크기였고 주기적으로 필터를 갈아줘야 했다. 게다가 가격도 600만~700만 원 정도로 고가여서 영세한 연구실은 엄두를 내지 못 했다. 하지만 스마트코리아의 유해가스정화장치는 기존 제품의 절반 크기여서 설치가 쉬웠고 별도의 바퀴도 달려 있어 이동에 유리했다. 500만 원이라는 가격 경쟁력도 매력적이었다. 스마트코리아의 R&D에 놀란 이 이사는 단박에 판로 발굴이 어렵지 않겠다고 직감했다. 그는 자신의 밑천인 인맥을 총동원해 스마트코리아 유해가스정화장치 영업에 뛰어들었다. 이 이사가 예상한 대로 판로를 찾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스마트코리아의 유해가스정화장치를 본 연구실 관계자들이 흡족해 한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었다. 스마트코리아의 기술력과 이 이사가 가진 영업력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낳았다. 입소문에 입소문을 통해 스마트코리아 제품의 우수성이 더 널리 퍼졌다. 둘의 인연이 스마트코리아 고속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스마트코리아에 입사하고 받은 첫 임무가 바로 유해가스정화장치를 파는 것이었죠. 과거 창업했을 당시 스마트코리아와 취급하는 제품이 직접적으로 겹치진 않아 자세히 몰랐는데 유해가스정화장치를 보니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대박 제품이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영업을 했고 많은 이들이 흡족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장 대표와 이 이사의 만남으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스마트코리아의 모토는 차별화다. 차별화의 중점이 기술력이든, 가격이든 상관없다. 그들이 만드는 제품이 독보적이어야 한단다. 그래서 장 대표도 그렇고 이 이사도 그렇고 꾸준히 연구에 몰두한다. 필요하면 석·박사 과정도 밟는다. 이 이사는 최근엔 안전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문경지교의 연을 맺은 장 대표 옆에서 완벽한 조력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그리고 이를 직원들에게 장려한다. 필요한 게 있으면 회사에서 지원해줄테니 자기 계발을 하라고 권한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배움이 필요하다면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최근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입사한 직원에게 대학 진학을 권유했죠. 그렇게 사람은 성장을 하는 겁니다. 장 대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저 역시 꾸준히 배움을 지향하고 있어요. 비록 지금은 장 대표를 돕는 입장이지만 배움을 위해 창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식으로만 학습하기 어려운 배움이 창업의 세계엔 있거든요.”
그는 미리 준비한 PPT를 통해 지난해 스마트코리아의 매출을 보여주며 올해 목표액을 귀띔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배 이상 성장했고 올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더 높았다. 코로나19란 거대한 악재로 목표 달성이 쉽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 옆에 이 이사가 함께 있고, 그들의 찰떡궁합이 유효하다면 그들에게 코로나19는 악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