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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활용성공사례⑧ ‘한국산 김’ 일본·중국을 누르다 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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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원 | 2013.06.07 |
조회 : 2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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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 천연포자 활용한 고급 김 등 제품 차별화 전략 펼쳐 김은 한국·일본·중국에서만 생산·소비돼 왔다. 그래서인지 세계시장에서는 한동안 김의 영어 명칭이 없어서 해조류를 뜻하는 ‘시위드’(seaweed)로 번역되다가 시장을 선점한 일본어 ‘노리(asakusanori)’라는 이름이 퍼졌다. 현재는 ‘레이버(laver)’라는 공식 명칭이 생겨 다행이지만 아직도 일본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다. 최근 들어 한국산 김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2011년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태, 중국산 저가식품에 대한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한국산 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은 국내 농림수산품 수출 5위권(금액기준)을 달리고 있는 효자상품이다. 2007년 금액기준 5970만 달러, 물량 670톤에 불과했던 김 수출은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더니 2010년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억 달러(1억 520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2012년에도 증가세가 그대로 이어져 1~9월 누적 기준으로 금액기준 1억7330만 달러, 물량 1만1400톤으로 이미 2011년 연간 수준을 넘어섰다. 한류 열풍을 따라 한국 요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일본, 중국, 대만 등으로의 수출이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세계인의 한국산 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잇따라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은 김 수출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세계최초 천연포자 활용 친환경 김 경기도에 소재한 E사는 이런 한국산 김 인기의 혜택을 보고 있다. E사의 김은 주로 국내 주요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팔리는 고급 김으로 정평이 나있다. 가장 비싼 ‘옛 방식 그대로 자연이 키운 김 특호’ 선물세트의 경우 가격이 12만원이나 할 정도다. 이 제품은 E사가 5년 전부터 산지와 공동 협업을 통해 생산하는 친환경 김이다. 세계 최초로 인공 포자가 아닌 바닷물에 떠다니는 천연 포자를 밭에 착상시킨 뒤 약품에 의존하지 않고 하루 2회 뒤집으며 햇볕을 받도록 해 강하게 키운 김으로, 백화점 등에서 인기가 좋아 매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일본에 뒤지긴 했지만, E사는 창업 초기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노려왔다. 하지만 품질과 브랜드 파워가 강한 일본 업체와 경쟁해야 했고, 저가를 무기로 한국에 물량을 쏟아내는 중국 업체의 견제도 받아야 했다. 결국 1990년부터 수출을 잠시 멈추고 내수시장 확대에 전념했다. 국내시장을 통해 상품성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입지를 다진 후 해외시장에 개척하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품질 고급화와 상품 다양화, 두 가지를 잡는 게 최우선이라 생각한 E사는 우선 품질에 있어 김 세계화의 종주국인 일본을 이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많이 파는 것보다는 좋은 제품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품질위주의 전략을 세웠다. 대표가 직접 품질관련 업무를 챙겼다. ISO14001(환경경영인증), ISO9001(품질인증),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 등을 획득하고 생산관리, 품질관리를 표준화해 최상의 김을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상품 다양화는 ‘블루오션’인 김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또 다른 과제였다. 김에 벌꿀이 들어간 특수소스를 발라 맛을 차별화한 다래김이나 김치맛 김, 와사비맛 김 등을 개발한 데 이어 ‘옛 방식 그대로 자연이 키운 김 특호’도 이 같은 철학에 의해 상용화 됐다. 롤(roll) 김 제조장치를 특허 등록하는 등 독자적인 생산기술도 확보했다. 재도전, 실패는 없다 17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E사는 해외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첫 도전 때와 비교해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당시에는 바이어를 쫓아가서 구매를 요청해야 했지만, 이제는 바이어들이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E사의 김을 맛 본 뒤 재방문 때에도 구매를 하자 이를 유심히 지켜본 바이어들이 상품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마침 제 2공장을 건립한 E사도 “이제는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덕분에 현재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과 동남아, 미국,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총 13개국에 우리나라 김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품질 고급화와 상품 다양화의 원칙을 지켜나갔다. 수출국 고객들로부터 상품에 대한 불만을 하나하나 챙겨 품질 개선에 활용했다. 국가별 특징에 맞춰 미국, 유럽시장에서는 초밥용으로 선호하는 업소용 구운 김을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한-EU FTA와 한-미 FTA로 김 관세 ‘0%’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친 E사에게 때 마침 발효된 한-EU FTA와 한-미 FTA는 말 그대로 날개를 달아줬다. 중국 김과 가격 경쟁까지 가능해진 것이었다. 한-EU FTA 이전까지 유럽시장에서 조미김은 한국산 제품은 23%, 중국산은 15%의 관세가 부과됐다. 한국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반면 미 가입된 중국은 개발도상국 특혜관세를 적용받아 관세율이 낮았다.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의 조미김은 관세가 없어져 중국산 김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E사의 김은 한국에서 전량 재배되므로 원산지 증명에도 문제가 없었다. 더불어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서 부과하던 6.4%의 관세도 철폐됐다. 미국은 E사가 처음으로 도전했던 해외시장이었다. 관세가 없어진데다가 친환경 식재료를 내세운 한류 식품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어우러져 큰 폭의 수출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한류와 더불어 한-아세안 FTA를 통해 높아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김 수출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E사의 수출액은 2011년 250만 달러에서 2012년에는 7월까지만 벌써 300 만 달러를 넘어섰다. 연말까지 최대 600만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 전망이다. E사는 앞으로 수출비중을 전체 매출의 30~40% 정도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로열티 폭탄, 한국산 김 종자 개발 시급 한국산 김 수출이 증가한 배경에는 E사와 같은 전문기업들이 역량을 모아 품질을 높이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꾸준히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있었다. 덕분에 해외시장에서 일본 김보다 한국 김의 품질이 더 좋고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E사는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가별로 요구하는 품질인증과 중금속 테스트 등이 다르지만 이런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관도 많지 않고 중소기업이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2012년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협약(UPOV)’이 발효돼 김 종자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은 한껏 분위기를 끌어올린 김 생산·수출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원초시장 규모는 연간 2300억 원 규모로 생산량을 기준으로 3~6%의 로열티를 내야하기 때문에 일본 품종에 모두 로열티를 지급하면 연간 21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산 김 종자개발에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식품 대기업이 2012년 3월부터 국내 최초로 국내산 김 종자 개발에 성공한 전라남도 해양수산과학원과 손잡고 국내산 1호 원초 활용 및 판로개척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1910년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 김 종자로 생산됐던 한국산 김이 처음으로 자체 종자로 키워지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정리=전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