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이기준 기자] 제조업 기반 산업의 핵심 화두는 역시 ‘안전’이다. ‘좋은 일터’의 인식 기준도 임금 수준에서 근로복지 수준으로 이동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작업 환경이 위험하고 열악하면 아무리 많은 임금이 보장돼도 잦은 이직이 불가피하다. 숙련공의 잦은 이직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큰 손해다.
오랜 기간 국내·외 완성차 메이커의 협력사로 입지를 다져온 ㈜진합(대표 이영섭·이원준)은 이 같은 문제 인식에서 2019년 대전시 좋은일터 사업에 참여했다. 근로환경 및 원·하청 관계 개선과 직원 복지 확대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성실히 이행해 우수한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업 참여 기간 진합 근로자 수는 2018년 말 기준 535명에서 1년 새 603명으로 68명 증원됐다. 이 같은 신규 고용 창출과 함께 공정 가운데 하나인 2조 2교대제를 3조 2교대제로 개편하면서 전체적인 근로시간을 줄였다. 2017년 근로시간 단축을 조기 시행해 2017년 주당 51.3시간, 월간 223시간이었던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을 2019년 말 47.4시간, 206시간으로 크게 줄였다.
대형 사업장인 탓에 이 같은 시스템 변경은 어떤 식으로 든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진합은 ‘대전형 좋은일터’ 사업을 활용,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궁극적인 목표에 접근할 수 있었다. 직원들 역시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구조조정은 없다’는 창업주(이영섭 회장)의 경영철학을 믿고 따랐다. 진합이 노조 설립 후 33년간 부분규 사업장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합은 좋은일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안전시설 확충에 심혈을 기울였다. ‘안전’이 ‘좋은일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인식에서다. 진합은 작업장 내 분진·오일·미스트 및 소음 저감을 위해 6곳에 극소배기장치를 별도 설치하는 한편 무더운 여름, 열기로 가득한 장비 앞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수시로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7대의 냉동고를 설치했다. 또 지게차 상부에 블루 라이트 및 레이저 빔 장치를 달아 지게차로 인한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했다. 진합은 무엇보다 사내 안전체험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선 협착·밀림, 소방시스템, 심폐소생술, 가설 전기안전, 사다리 전도, 중량물 취급 등 9종의 안전체험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
사내 안전교육은 안전관리자가 위탁교육을 받고 사내에 전파하는 형식인데 이곳에선 현장 직원들이 직접 안전체험을 할 수 있다. 신입사원은 필수적으로 거쳐 가야 하고 재직자들도 수시로 이곳에서 안전교육을 받는다. 말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안전을 경험하게 되는 만큼 교육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안전시설 확충에만 진합은 약 1억 원을 투자했다.
진합은 또 근로시간 단축, 교대제 개편과 맞물려 재택근무·시간선택근로제를 확대하고 육아휴직 지원도 강화했다. 육아휴직의 경우 1년 유급 휴직에 최장 2년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연차휴가 촉진제와 리프레시 휴가제를 도입해 문화여가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재충전 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김명근 인재경영팀 부장은 “좋은 일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도급공정의 원청 내재화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을 확대하고 직원 문화·여가활동 지원도 강화하는 등 근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공정자동화(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을 연 계기도 마련했다. 좋은 일터 사업은 노사관계 개선을 체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