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이기준 기자] 화장품이나 치간칫솔용 브러시를 제조·생산하는 ㈜비앤비컴퍼니는 2020년 대전시 좋은일터 사업 참여를 계기로 주52시간제 도입을 앞당겼다. 제조업 특성상 이직과 채용이 수시로 이뤄지는데 경영진은 좋은 일터 사업을 통해 근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이 같은 인적자원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보기로 했고 이를 시행에 옮겼다.
비앤비컴퍼니는 신규 채용과 기존 직원의 연장근로 축소를 통해 전체적인 근로시간을 줄였다. 2019년 53.4시간이었던 직원 1인당 주간 근로시간은 이듬해 41.7시간으로 11.7시간 줄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일감이 줄면서 연장근로도 줄었고 이에 따라 직원 임금도 감소했지만 직원들은 회사 정상화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일단 임금 감소에 대한 우려보단 일-가정 양립에 대한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비정규직 보호 차원에서 계약직 지원 직무능력평가지침을 제정, 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좋은일터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사내에선 유명무실했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례가 처음으로 나오기도 했다. 육아기 여성 노동자 2명은 자녀 돌봄을 위해 퇴근시간을 30분 단축했고 또 다른 1명은 2시간 조기 퇴근을 감행하기도 했다. 물론 좋은일터 사업이 아니더라도 근로시간 단축은 가능했지만 직원들은 중소기업 특성상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그동안 단축 요청을 하지 못 했다. 좋은일터 사업이 물꼬를 튼 거다.
비앤비컴퍼니는 특히 사내 휴게실 조성에 공을 들였다. 협소한데다 안전 위협 요인도 내포돼 있던 휴게실 대신 널찍한 휴게실을 신축해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회사에 방문객이 찾아오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같은 환경이 갖춰져 직원들의 애사심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치맥파티 등 사내 친목 도모 행사도 하면서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노사 협력 문화의 기반을 다졌다는 점이다. 비앤비컴퍼니는 인사관리 규정 제정으로 채용, 승진 시 공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근로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노동자들도 그간 수동적이었던 생산성 향상 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0년 3월 641만 8900개였던 월간 생산량은 그해 12월 777만 9400개로 21% 증대(목표 20%)됐고 불량률 역시 7.13%에서 0.55%로 크게 개선(목표 0.5%)됐다. 노사는 이 같은 성과 유지를 위해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비앤비컴퍼니는 매출 확대를 위한 거래처 이탈 방지 및 신규 거래처 발굴 포상제도 도입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회사 직원에 의해 1개 거래처가 새롭게 확보되면서 회사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됐다.
신수보 비앤비컴퍼니 이사는 “대전시 좋은일터 사업 참여는 회사 입장에서 큰 도전이었다”며 “사람 중심의 일터를 만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현재 공장 자동화도 차근차근 추진 중인데 이 역시 좋은일터 조성을 위한 과정이다. 공장 자동화를 통해 근로자의 근무환경과 생산성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직원들과 함께 공존의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